good omens

In the Pocket of the Universe 1 (번역)

멋진 징조들 아지크롤 팬픽

In the Pocket of the Universe

indieninja92


허락을 맡은 번역물입니다. 꼭 원본(archiveofourown.org/works/19979182)을 방문해 Kudos를 남겨 주세요. 타 사이트로의 이동, 재배포 등의 무단 전재를 금합니다.
작가정보 — Ao3 users/indieninja92 텀블러 indieninja92.tumblr.com
*앵스트와 해피엔딩입니다. 1장이 단편으로 쓰여졌고, 2장은 나중에 덧붙여졌습니다.

*1940년대 2차대전 중 런던입니다. 아지라파엘이 폴라리(*20세기초 영국 퀴어 은어)에 능숙합니다. 원문에도 해석은 없으며 스스로 찾아 읽기를 권하나, 번역임을 감안해 일부에 임의로 해석을 덧붙였습니다.
*하단에 작가의 주석이 있습니다.



1장

아지라파엘은 잔해 무더기를 타고 기어 내려왔다. 헐거운 돌과 슬레이트 파편들 위에 발이 자꾸 미끄러졌다. 가방 손잡이를 움켜쥔 그의 손아귀는 마디가 하얗게 힘이 들어가 있었고, 오늘 저녁의 아드레날린으로 인해 심장박동도 좀처럼 느려질 기색은 없었다. 별안간, 발밑의 돌조각 하나가 틈에서 빠져나왔다. 그의 다리가 아래에서 급하게 내밀어져 그가 꽥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허리에 팔 하나가 둘러지고, 탄탄한 몸 하나가 그를 잡기 위해 발을 들여놓았다.

"진짜로, 천사," 입술에 가장 옅게 미소를 드리우고, 크로울리가 말했다. "내가 오늘 밤 널 몇 번이나 구하게 되는데?"

잠시 동안, 아지라파엘은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는 얼어붙어서, 반쯤 일어서서, 그의 몸무게는 크로울리에 딱 붙어 기대고 있었다. 크로울리의 눈이 그의 것과 마주쳤는데, 그들의 얼굴이 너무나 가까이에 있어서 아지라파엘은 선글라스 뒤에 있는 짐승의 동공을 볼 수 있었다. 크로울리가 눈썹을 추켜올렸다.

"됐어?" 그는 말했다.

아지라파엘은 혀가 입천장에 달라붙어 고개만 끄덕였다. 크로울리는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것이 무엇일지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크로울리는 비꼬듯 질질 끄는 투로 말했다. "이제 그만 내 팔을 나에게 돌려주시겠나?"

"뭐라구? 오! 오, 정말로 미안하구나, 물론이야!"

아지라파엘이 말을 더듬고 얼굴을 붉히며 급히 몸을 뺐다. 크로울리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가 정장의 주름을 펴고 팔꿈치를 내밀었다.

"자." 그가 말했다. "내려가는 거 도와줄게."

그들이 다시 견고한 지상으로 돌아오자마자, 아지라파엘은 크로울리의 팔을 놓아주었다. 그는 말을 시작할 때 단어들이 제대로 입에서 나오기를 바라며, 소매에서 먼지를 털고 목을 가다듬었다.

"아무데로나 차 태워주면 되지?" 크로울리가 가로막았다. "서점으로 돌아가?"

"저녁밥," 아지라파엘이 마침내 불쑥 말했다. 그는 자신의 뺨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며, 이번이 처음도 아니지만, 좀 덜 쉽게 얼굴을 붉히는 형태를 선택했었다면 하고 소망했다. "그러니까, 저녁식사를 해도 되겠다구. 자네가 배고프면. 나는 그야말로 아주 굶주렸거든, 이런 식의 자극적인 일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구나, 그렇지, 아드레날린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배고프게 만드는지 말이야. 아니면 나만 그런가? 모든 게 나를 배고프게 하는 것 같아-"

"아지라파엘. 너 횡설수설한다."

"엄. 그래. 그래, 내가 그랬구나. 미안해. 저녁은?"

크로울리가 어깨를 으쓱했는데, 왠지 어깨만큼이나 그의 골반도 연관되어 있는 듯한 전신 동작이었다. "다 좋은데, 혹시 눈치채지 못했을까 봐 말해 주자면, 지금 시간은 한밤중이고 망할 놈의 공습이 한창이기도 해."

아지라파엘은 입술을 가늘게 일자로 다문 채 잠시 생각했다. 뭔가를 결정 내리고 있는 듯했다. 이윽고, 그는 혼자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야," 그는 말했다. "아니, 내가 장소를 알아."

크로울리가 눈썹을 올렸다. "정말로?"

"음흠. 멀지도 않고 자네도 좋아할 것 같아. 좋아하길 바라, 어쨌든."

"그럼. 앞서시오, 맥더프."(*셰익스피어, <맥베스>)

크로울리는 놀리는 조로 그의 앞에서 정중한 제스쳐를 했다. 아지라파엘은 가방을 고쳐 잡고, 진정하는 숨을 내쉬고 그를 지나쳐 벤틀리가 갓길에 주차되어 있는 거리 쪽으로 걸어갔다.

"그 인용이 틀렸다는 것은 너도 알고 있겠지."

#

시가를 지나며 아지라파엘은 크로울리에게 방향을 안내했다. 런던의 모든 분별력 있는 자들은 이미 한참 전에 방공호를 가득 메웠고, 아침까지는 그곳에서 머무를 것이었다.

"여기에 주차하면 돼," 아지라파엘이 말했다. "우리는 저기 아래로 내려갈 거니까, 오른쪽으로."

"확신해?"

거리는 크로울리에게 분명하게 미덥지 못한 인상을 주었는데, 아지라파엘이 가리키고 있는 듯한 때에 찌든 골목길도 한몫을 했다.

"물론 확신하지. 나를 믿어 봐, 싫으니?"

크로울리는 어깨를 으쓱하고 엔진을 껐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그 골목은 첫인상에서 나아지지 않았다. 축축하고 어두우며 부서진 상자들과 다른 쓰레기들이 담벼락에 마구 쌓여 있었다. 그러나 아지라파엘은 아까까지 초조하게 머뭇거리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자신감으로 그곳을 걸어 내려갔다. 크로울리를 여기에 데려오기로 한 그의 결심이, 마치 어떤 길 위를 한번 걷기 시작하자 그 길의 끝장을 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처럼 그를 진정시킨 것 같았다.

그는 골목으로 통하는 수많은, 단조로운 공업용 철문들 중 하나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것은 크고 아무 표시가 없었는데, 크로울리는 아지라파엘이 레스토랑의 종업원 출입구로 그들을 데리고 온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왜 그런지는 상상도 안 되었지만.

"천사야, 너 진짜 확실히-" 그가 말문을 열었지만, 아지라파엘이 금속에 손가락 마디를 두드리는 소리에 묻혔다.

그것은 이상하고, 더듬거리는 소리였는데, 길고 짧은 멎음이 뒤섞여 크로울리의 호기심만 돋우었다. 비밀 노크라는 것 정도는 듣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문의 해치가 열렸고, 크로울리는 그들을 응시하고 있는 그림자 진 얼굴을 간신히 알아볼 수 있었다. 아지라파엘은 미소 지을 뿐이었다.

"안녕하시오, 영감," 그는 이 일련의 이벤트들에 전혀 이상한 점이 없다는 듯, 쾌활하게 말했다. "에디 이모님의 친구라네, 잠깐 올라오라고 해 주겠어? 이름은 아지라파엘로."

문 뒤의 사람은 잠시 고민하다가, 해치를 쾅 닫았다. 아지라파엘은 뒤돌아서 크로울리를 향해 웃었고, 얼굴에는 낯설고 신경질적인 흥분이 떠올라 있었다.

"잠깐이면 될 거란다, 얘야. 내가 아무래도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것 같아."

크로울리가 거기에 대고 물어볼 수 있었을 많고, 많은 질문들이 있었는데, 특히 '대체 언제부터 네가 암호를 필요로 하는 종류의 조직들에 자주 드나드는 편이었는데.' 가 있었다.[1]

그러나 그가 묻기도 전에, 문 안의 해치가 다시 한 번 덜컥 열렸다.

"아지라파엘?" 내부에서 목소리가 하나 들려왔다. 강한 동부 런던 억양이 조심스러운 애정으로 부드러워져 있었다.

아지라파엘은 날쌔게 몸을 돌려 문을 마주 보고 활짝 웃었다. "좋은 저녁입니다, 에디! 미안하지만 제가 이번 달 화장실이 뭔지 알 길이 없어요. 예쁘게 봐서 우리 좀 들여보내 줄래요?"

문 뒤에 있던 사람이 웃었다. 따뜻하고 풍성한, 어딘가 깊은 안쪽에서 끓어 올라온 듯한 웃음이었다. 그런 식으로 웃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했다.

"안 되거든! 우리도 기준이라는 게 있다구, 알잖아."

아지라파엘이 비웃었다. "언제부터 말이죠?"

그 목소리는 다시 웃었고, 드디어 문이 안쪽으로 홱 움직여 그들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크로울리는 여전히 약간 벙벙해져서, 아지라파엘의 뒤를 따랐다.

그 문은 교외의 여느 할머니 집에 있더라도 튀지 않을 모양새의 어슴푸레하게 밝혀진 복도로 이어졌다. 멀리 끝에는 건물의 나머지 1층으로 통할 것으로 추정되는 닫힌 문이 있었다. 그전에 좁은 목재 계단이 나와 건물의 지하실로 이어져 내려갔다.

크로울리가 이것들을 눈여겨본 것은 아니다. 그는 아지라파엘이 문을 연 여자에게 인사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어깨에 패드가 들어간 매력적인 녹차 색 드레스를 입고, 키튼 힐 구두를 신고 흠잡을 데 없는 화장을 한 채로, 아지라파엘을 오랜 친구처럼 껴안아주고 있었다.

아지라파엘은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었는데, 누가 봐도 그녀와의 재회에 아주 감격한 눈치였다. 그녀가 몸을 빼고, 내민 한쪽 둔부에 손을 얹은 채로 크로울리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근데 누구야," 그녀가 눈썹을 치켜들고 말했는데, "이 돌리한 것은? Varda them lallies(*저 다리 좀 봐), 아지라파엘, 기가 막힌 디시야."

아지라파엘의 미소가 더 퍼졌다. "에디, 내 보나 코브(*좋은 친구)를 소개할게요 - 안토니라고 해요."

그는 크로울리의 새 이름을 말하기 전에 아주 약간 멈칫했지만, 에디 이모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온기와 환영의 분위기를 풍기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안토니. 너무 이쁜 이름이네."

크로울리는 그녀의 손을 잡고 흔들며 그 자신의 혼란을 가장 매끄러운 미소로 포장했다. "고맙습니다," 그가 말했다. "안 그래도 막 애착을 가지게 되고 있던 차에요."

그녀는 손을 놓기 전에 상냥하게 힘을 주었고, 어깨너머로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을 계단으로 이끌었다.

"너희들 배고프니, 아니면 그냥 베비만?"

"먹을 것을 좀 내줘요," 아지라파엘이 대답했다. "오늘 밤이 꽤 어마어마했거든요, 잠자리에 들기 전에 그녀에게 재리를 좀 주겠다(*음식을 먹겠다)고 약속했어요."

"으응, 너라면 분명히 그랬겠지. 자리를 잡아 줄게, 우리 이쁜이들."

계단은 그들이 이미 지나왔던 것과 같은 아무 표식도 없는 문 앞에서 끝났다. 그런데 에디 이모가 그것을 열어젖히자, 소음과 빛과 웃음소리가 안에서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초췌한 안색의 젊은이가 손등으로 입을 닦으며 멋쩍은 듯이 허둥지둥 그들에게 다가왔다. 에디는 그가 지나가도록 옆으로 비켜섰다.

"그래, 빌, 넌 문간으로 가야지." 그녀가 말했다. "부바레(*술)가 고프면, 네 시간에 네가 알아서 돌아오면 돼."

빌은 종종걸음으로 다시 문을 지키러 계단을 올라갔는데, 크로울리를 지나치며 수줍은 표정을 보였다.

이 밤이 이렇게 놀라운 전환점을 맞으면서 그에게 아직도 어떤 기대치가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디 이모가 그들을 데려다준 방은 크로울리가 가지고 있었던 그 모든 예상마저 뛰어넘었다.

공기는 담배연기와 술 취한 웃음으로 흐릿했고, 약한 불빛은 그 장면에 일렁이는 위법의 분위기를 드리우고 있었다. 한쪽 벽면에는 바가 있었는데, 술병들과 잔들로 반짝이며 성업 중이었다. 분주한 주방으로 이어지는 뒤쪽의 스윙도어를 통해 웨이터들이 왔다 갔다 했다. 재즈 트리오가 구석에서 뚱땅거렸고 댄스 플로어 위에는 커플들이 서로 흥겹게 이쪽저쪽으로 흔들렸다.

에디는 그들을 벽에 늘어선 부스들 중 하나로 안내했다.

"나만 쓰는 테이블이야 - VIP 전용." 그녀는 아지라파엘에게 눈짓을 했다. "자, 네가 마지막으로 왔었던 이후에 메뉴가 바뀌었으니까 일단 보고 네가 뭘 원하는지 알아봐. 재료가 다 떨어진 것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물어보면 내가 주방에 확인해 줄 테니까. 보고 있는 동안 대니한테 뭐 좀 내오라고 할게."

그녀가 머리를 한 번 찰랑거리고는 몰려있는 군중 속으로 우아하게 떠나갔다. 크로울리는 그녀가 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그녀 뒤로 클럽을 메운 사람들을 물끄러미 보았다. 실제 수용가능한 인원보다도 더 많아 보였는데, 웃고, 춤추고, 음주하는 몸뚱이들로 가득 찬 무리였다.

그들 중 몇몇은 확실하게 남자였다. 그리고 그 남자들 중 몇몇은 확실히 남자인 다른 자들과 춤을 추고 있었다. 그리고 크로울리는 그것과 비슷한 확신을 가지고 그가 여자라고 구분 지을 수 있는 이들로만 구성된 커플들도 다수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크로울리가 어느 쪽으로도 꼬집을 수 없는 구획들이 이 클럽의 고객층에는 통째로 존재했다. 화장, 드레스, 정장과 하이힐 - 1940년대 잉글랜드 사회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성별 표시는 어디에도 적용되지 않는 듯했다.

"크로울리, 얘야, 너무 빤히 보고 있어."

아지라파엘의 목소리에는 점잖은 훈계가 담겨 있었다. 크로울리가 그를 마주하려 돌아보니, 심각한 눈빛으로 메뉴를 읽는 아지라파엘이 있었다. 크로울리는 자신의 메뉴를 집어 들고 제시된 목록을 훑어보았다. 그러고 있자, 웨이터가 가볍게 부딪히고 있는 두 개의 유리잔이 놓인 쟁반을 들고 다가왔다.

"안녕 이모야," 그가 그것들을 탁자 위에 내려놓으면서 아지라파엘에게 말했다. "너와 네 벤코브를 위해서 베라 한 잔씩 해."

"황송하구나, 대니."

대니는 크로울리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는데, 한쪽 눈썹이 위로 솟았다. "빈스(*안경) 멋지네요," 그가 말했다.

"오. 어. 고맙다." 크로울리는 칭찬받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확신이 안 섰지만 그냥 그것을 받아들였다.

대니가 아지라파엘 쪽을 돌아보고, 그 자신은 속삭임이라 여겼을지도 모르는 식으로 말했다. "이 남자 그래 아님 뭐야?"

아지라파엘이 껄껄 웃었다. "말해 줄 수가 없구나, 얘야."

"음. 아니면 낭비가 너무 심한데. 아무튼, 주문할 거면 고개만 끄덕여. 오늘 밤은 양고기가 아주 보나야."

그는 젊음의 활기에 겨워 부산을 떨며 사라졌고, 도착한 후 처음으로 그들은 단 둘이서 남겨졌다. 크로울리는 술을 한 모금 홀짝이고 - 진토닉, 그것도 독한 놈이었다 - 다시 메뉴로 시선을 돌렸다. 눈썹을 치켜들고, 길고 우아한 손가락을 목록을 따라 쓸어내려갔다.

"아지라파엘," 그는 약간 가르랑거렸다. "네가 나를 아주 사악한 소굴로 끌어들인 것 같다."

날카롭고 빠르게 아지라파엘의 대답이 돌아왔다. "사악한 것은 하나도 없다네. 이곳에 있는 아무도 잘못한 것은 없어 - 적어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악한 것은 아니지, 저들이 알맞은 존중과 친절로 상대방을 대하고 있다는 전제하에서는 말이야. 나는 모르겠어, 그런 바보 같은 일이 어딨니, 자기가 가진 신체가 어떻든-"

크로울리가 테이블 건너로 손을 뻗어 아지라파엘의 손을 거머쥐었고, 아지라파엘은 깜짝 놀라 침묵했다. "천사. 메뉴 말이야. 암시장이 있다면 이런 곳일 거라고."

"나...아." 그의 몸에서 김이 조금 샜다. "뭐. 리츠도 아직까지 모든 메뉴가 된다던데, 듣기로는."

크로울리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었다. 그 동작이 그의 손과의 거리를 벌려, 손끝만이 여전히 아지라파엘과 닿아 있게 했다.

"악의는 없지만, 에디 이모가 리츠가 버는 만큼의 돈을 끌어모은다고 하면 많이 놀라울 거야."

아지라파엘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건 그렇구나."

그는 이제 일 년이 넘도록 리츠, 또는 그 위상과 비슷한 장소에서 식사를 하지 않았다. 크로울리의 언급은 옳았는데, 실제로, 에디 이모의 메뉴판에는 부정한 방법으로 빼돌렸을 물건이 아닌 것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다만 그것은 서민들이 배급 장부를 움켜쥐고 있는 동안 메이페어 부촌을 행진하는 종류의 부유함과는 어쩐지 다르게 느껴졌다. 어쩌면 순전한 위선이었을지도 모른다 - 어쩌면 순전히 그가 에디 이모의 일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다르게 느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절대 그렇게 여기지 않았다.

"아까 네 말이 맞아," 크로울리가 이어갔다. "성적인 쾌락에 본질적으로 죄악인 것은 없어. 말마따나, 나도 오늘의 내가 있는 곳에 이르기 위해서 인간들에게 서로를 존중하는 육체적 대화를 통한 축제의 장으로 이끌자고 유혹한 적은 없거든."

아지라파엘의 숨소리 섞인 작은 웃음은 밴드의 연주에 거의 묻혀버렸다.

"그래," 그는 말했다. "아니, 나도 자네가 그랬을 것 같지는 않아. 그냥... 때때로 그런 헛소리에 휘말리기가 너무 쉽더라구. 어떤 장소나, 어떤 시대나, 아니면..."

크로울리는 선글라스 너머로 그를 바라보았다. 노란 눈은 깜박이지 않았다. "하지만 넌 그보단 더 잘 알잖아. 그렇지?"

아지라파엘은 입술을 핥았다. "당연하지."

크로울리는 잠시 그의 시선을 고정했다. "그래."

"그러면, 너는 혹시," 아지라파엘이 입을 떼었다. "다시 말하자면, 너는..." 그가 한숨을 쉬었다. 오늘 같은 밤이라도, 어떤 것들은 너무 버거웠다. "주문할 것은 정했니?" 그는 처량하게 끝맺었다.

"음, 같이 마실 수 있는 적당한 술이 있다면 양고기도 괜찮을 것 같더군. 뭔가, 어, 과일향 나는 걸로."

아지라파엘은 거의 웃지 않기에 성공했다. "오, 그 정도는 맞춰 줄 수 있을 거란다."

#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냐. 그런 게 아냐. 이건 그러니까..."

"그러니까, 어떤 거?"

"그르니까... 그러니까..." 아지라파엘은 생각에 골몰했다. 그러다 하나 떠올라서, 좀 더 곧게 고쳐 앉고 선언하기를, "보그 해 올려라 더키, 네 엄마가 들것 신세야!(*담배에 불 좀 붙여 줘, 나 너무 피곤해)"

"내 엄마가 뭐어?"

부스에 옹기종기 둘러앉은 작은 군중이 웃다가 뒤로 넘어갔다. 그들은 점점 거침없어져 가는 아지라파엘과 크로울리의 대화에 이끌려, 밤이 깊어갈수록 모여들었다. 쓰리피스 정장 차림의 여자가 살짝 휘청하며 예쁜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다른 젊은 여자의 품속으로 쓰러졌다. 분홍색의 아가씨는 조금도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아지라파엘은 와인병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는 손 닿는 거리에 있던 아무 잔이나 가득 채우면서 고개를 젓고, 탁자 위에 와인을 쏟고, 설명을 시도했다.

"아니야, 여보게, 아니, 바봐... 봐, 이 상황에서는, 내가 자네 엄마라구."

크로울리가 얼굴을 구겼다. 그의 중절모는 머리 뒤쪽에 삐딱하게 넘어갔고, 재킷은 몇 시간 전에 내팽개쳤다. 윗입술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

"글쎄, 그렇게 되면 의문점이 몇 개 ㅅ-생기는데."

아지라파엘의 옆에 있던, 자신을 테오라고 소개했지만 모두가 타이거라고 부르는 남자가 웃다가 아지라파엘과 어깨를 부딪혔다. 아지라파엘은 그에게 친근하게 기대었다 - 그는 지금 모든 사람들이 좋았다. 평소보다도 훨씬 더 그랬다. 누군가가 그의 다리를 꾹 쥐었는데, 아마도 타이거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에게서는 만족감이 넘쳐흘렀고, 그의 마음은 가장 막연하고 가장 구체적인 종류들의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좋아," 크로울리가 파악을 해 보려 애쓰면서 말했다. "좋아, 그래ㅅ-서. 내가 이걸 이해했는지 한번 보자고... 리아를 주쉬하고... 돌리한 오미들에 대고 웃으며... 연기 속을 휘젓고 다닌다?"

갈채와 환호성이 부스를 뒤흔들었다. 아지라파엘은 완전히 정신을 놓고 키득거렸다.

"그렇지!" 그가 숨을 헐떡이며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 "우리는 정말 그래!"

크로울리가 모자를 세련된 동작으로 벗고 비좁은 공간이 허락하는 만큼 과장되게 허리를 굽혀 절했다. 와인은 그의 볼을 뜨겁고 붉게 물들여놓았고, 그의 셔츠 소매 안쪽까지도 따뜻했다. 그러나 이것은 술과 웃음의 온기였고, 그는 그것을 즐겼다. 이런 게 그리웠다. 이런 것들이 아주 많이 그리웠다. 그가 테이블을 가로질러 몸을 기울였다 - 엎어졌다 - 아지라파엘 쪽으로.

"이거능 머라고 해... 내가 누군가를 ㅅ-좋아한다고 말하려면?"

"우우, 엄마야!" 타이거가 아지라파엘의 충격받은 표정을 보고 울부짖었다. "애가 아주 대담해지네!"

아지라파엘은 그의 어깨를 찰싹 때렸다. "누구더러 엄마래, 이 주정배기가, 내일이면 마흔다섯이야 너!"

크로울리는 나머지 사람들과 어울려 웃었다. 아지라파엘은 반짝반짝 빛나며, 관심, 극적임, 음탕과 방탕의 그 모든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크로울리가 자주 목격할 수 있는 일면이 아니었다 - 그가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일은 지난 91년에 윌과 킷(*윌리엄 셰익스피어와 크리스토퍼 말로)과 함께 더 조지에서 보낸 그날 밤 정도였다.[2]

그들 주변에 전등이 켜지기 시작했을 때, 크로울리의 목소리는 가장 크고 높은 항의의 표시들 중 하나였다. 에디 이모는 클럽을 가로질러 걸어가며, 그녀의 고객들의 야유와 불평에 무시하듯 손사래를 쳤다.

"익스들 좀 닥쳐! 난 도스집 장사 안 해! 니들 전부 갈 켄이 있잖아, 아닌 것들은 빨리 있는 애들한테 속눈썹부터 깜박거리기나 해."

사람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비척비척 떠나기 시작하자 부스 안에서 서로 짓누르던 몸들이 풀렸다. 타이거는 아지라파엘에게 무엇인가를 속삭이기 위해 몸을 숙였다. 크로울리는 문장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아지라파엘이 자비롭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젓는 것을 보았다. 타이거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아지라파엘의 뺨에 입 맞춘 뒤 군중 속으로 슬그머니 빠져나갔다. 크로울리는 아직 움직일 상태가 되지 않아, 그가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사람들은 서로의 허리춤에 팔을 두르고 한 쌍이나 무리를 지어 출구를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그는 그들이 어떻게 집에 갈지, 그들이 입던 그대로의 복장으로도 안전할지 궁금했다.

"어머니께서 오미와 팔론으로 그들을 창조하셨다." 아지라파엘이 조용히 말했다. "그것을 보시니 참 보나였다."

"천사야 좀. 감상적인 넋두리는 시작하지 마."

"누가 넋두리를 한다니? 나는 언제나 이 구절이 좋았는걸."

그가 크로울리에게 미소를 지었는데, 저녁 내내 걸려 있던 넓고, 대담한 웃음이 아닌, 좀 더 조용하고 내밀한 표정이었다. 크로울리는 부스에서 미끄러져 나와 아지라파엘에게 손을 내밀어 몸을 일으켜 주었다. 아지라파엘이 살짝 건들거리기는 하지만 두 발로 서 있게 된 뒤에, 크로울리는 부스를 뒤져 서글프게 취급받은 그의 재킷을 찾아냈다.

아지라파엘은 깊은 숨을 쉬면서, 테이블에 기대어 거동을 추슬렀다. 일어나기 전까지는 그가 얼마나 술에 취했는지 거의 깨닫지 못했다. 부스 안쪽에서 들려오는 우당탕 하는 소리로 보건대, 크로울리도 마찬가지였다.

에디 이모가 사람들의 물결을 지나 그들에게 다가왔다.

"너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나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지라파엘은 두 손을 들었다. "어유, 그럴 리가 없죠,"

그녀는 그를 끌어당겨 포옹했다. "또 이렇게 오래 가있지는 마, 알았어? 우린 네가 그리워."

"저도 여러분이 그리워요," 아지라파엘은 인정했다.

에디는 크로울리 쪽을 향해 고개를 까닥였다. "그리고 저 여자친구도 언제든지 다시 데려와도 돼."

그 상상에 아지라파엘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무슨 일이든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고 싶습니다," 그가 조용히 말했다. "아주 그러고 싶어요."

"아하!" 크로울리가 한 손에는 재킷을 높게 들고 - 다른 한 손에는 아지라파엘의 서류가방을 들고 박차고 일어섰다.

"오! 오 책이 있었지, 세상에, 완전히 잊어버렸어, 고맙구나, 얘야."

그는 크로울리에서 가방을 받아들고 내용물을 확인했다. 전부 있고, 확실하고, 다행스럽게도 엎질러진 술에도 적셔지지 않았다.

"내가 구해 준다고 했잖아, 천사. 갈 준비는?"

"자네만 준비되면 돼. 보나 노치, 에디."

"네게도, 보나 노치, 안토니."

"보나, 어... 예."

#

밤은 따뜻했다. 몇 시간 후면 동이 틀 것이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며 도시도 다시 살아서 번창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만큼은, 도시의 절반이 계속해서 지하에 안전하게 숨어 있는 와중 창마다 쳐져 있는 암막커튼의 반대쪽에서, 세상은 이상하게도 마치 그들 사이에만 공유하는 비밀인 마냥 정체된 것처럼 느껴졌다.

아지라파엘이 벤틀리를 향했지만 크로울리는 고개를 저었다. "걸어서 바래다 줄게," 그가 말했다. "운전하기에도 너무 취했다."

"아." 아지라파엘은 그 자리에서 몸을 천천히 흔들며, 그에게 눈을 깜작였다. "그... 술 깨고 싶니?"

"아니." 빠르고 분명하게, 대답이 돌아왔다. 크로울리는 어깨를 맛깔나게 들썩였다. "이대로가 좋은데. 기분 좋-아."

"어," 아지라파엘도 동의했다. "나두."

그들은 서점이 있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꽤 오래 걸어야 하는 거리이지만 시간이 평소와 같은 현실성을 지닌 것 같지 않았다. 아지라파엘은 몇 년을 걸어도 그 자리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 크로울리가 한참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흠?"

"네가 '어'라고 했어. 네가 '어'라고 말하는 건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뭐어, 근래에는 우리가 자주 보지 않았으니까. 고새 내 입에 붙은 걸수도 있지."

다른 밤이나, 다른 시간이었다면, 그것은 힐난처럼 들렸을 것이다. 대신에 그 말은 부드럽게, 상기시켜주고 짚고 넘어가는 조였고, 그 이상의 무엇이 아니었다. 솔직해도 괜찮을 수 있는, 그런 밤이었다.

크로울리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가 말을 했을 때, 그것은 겨우 속삭임에 불과했다.

"보고 싶었어."

"나도 보고 싶었단다. 특히 이십년대에, 오, 정말이지. 지금도 기억이 나는데, 27년인가, 28년 쯤이었나, 내가 파티에 있었는데 그냥 떠올랐지 뭐니, 하느님 맙소사, 크로울리도 지금쯤 즐기고 있겠군."

크로울리는 웃었다. "즐겼어! 진짜 최고의 ㅅ-10년이었지."

"음. 그 전의 10년보다는 나았지, 아무래도."

"어어. 그 때는... 어."

그들의 발소리가 늘어선 텅 빈 가게들에 메아리가 되어 울렸다. 모퉁이를 돌다가, 세 채의 집이 있어야 할 장소에 생겨난 울퉁불퉁한 구멍 하나를 발견했다. 새롭지는 않았다 - 아지라파엘의 이중 스파이들이 옳았고, 그날 밤 이스트 엔드에 떨어진 폭탄들이었다. 한 개만 제외하고. 그러나 그것이 조금이라도 덜 불안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숨죽여 신속하게 스쳐지나갔고, 크로울리가 다시 입을 연 것은 그 옆 거리로 접어들고 나서야였다.

"난 좋았어, 오늘밤. 클럽이랑, 에디 이모님이랑, 네 친구들을 만난 것도."

아지라파엘이 그를 보고 미소지었다. "오, 다행이야. 나도 너와 그곳에 있는 것이 즐거웠어. 처음에는 좀 긴장했는데, 네가 알았는지 모르겠구나."

"약간 눈치채긴 했어."

"그러다가 너무 기가 막히게 모든 게 잘 흘러갔지 뭐니. 네가 모든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걸 진작 알았어야 했는데, 아주 자네다웠어, 정말로."

크로울리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런가?"

"그렇구말구," 아지라파엘은 질문형이었다는 점에 놀라며 말했다. "우리가 다른 이들과 시간을 보낼 때마다 - 그렇게 자주 있지는 않았지만, 82년도에 오슬로에서, 아니면 비텐베르크를 기억해 봐. (내가 그 때 일을 용서한다는 말은 아니야, 절대로) 또 예전에 킷하고 윌이랑-"

"그래, 천사야, 기억나. 무슨 소릴 하려는 건데?"

"글쎄. 네가 늘 엄청난 파티로 만들었잖아. 인간들은 너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구. 분위기가 좋아져." 크로울리는 걸음을 멈추고 아지라파엘을 응시했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니?"

"그건 내가 아니었어, 천사."

"응? 분명히 너였어. 네가 아니라면 내가 누구를-"

"아니, 내 말은. 그런 에너지, 그 '모두가 대화하고 싶어 한다'는 거 말이야. 그건 내가 아니야. 너야."

아지라파엘이 눈을 깜박였다. "뭐라구?"

크로울리는 웃었다. "사람들은 너하고 얘기하고 싶어해, 내가 아니라. 네가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모두한테 그 친근하고, 보송보송한 기분을 주는 거라고. 인간들... 뭐, 이 자들은 나에 대해서는 좀, 음. 이상하게, 여기더라고, 솔직히."

"뭐? 아니, 바보같이 굴지 말아. 네가 주변에 있을 때만 그렇다니까."

"그렇지 않다니까! 오늘밤 그 모든 사람들, 에디 대니 그리고 그놈의 '타이거'까지 - 그 자들은 전부 널 위해서 그곳에 있었던 거야. 넌 나 없이 그들을 만났고, 나 없이도 그들과 친구가 되었지. 녀석들이 나에게 관심을 보였던 것도 순전히 네가 그래주었기 때문이고."

아지라파엘은 이 사실을 받아들이며, 잠시동안 우두커니 서 있었다. "오."

"바보야," 애정을 가득 담아, 크로울리가 말했다.

그들은 계속 걸었다. 아지라파엘은 크로울리가 아까전에 한 말을 머릿속에서 굴렸다. "타이거에게는 무슨 불만이라도 있어?"

크로울리는 대답하는 시늉도 하지 않았다.

따뜻한 공기가, 마치 그 온도에 소리와 시간이 한데 엉겨버린 것처럼 밤을 더 짙어 보이게 만들었다. 크로울리는 걸어가면서 별을 쳐다보려고 고개를 위로 젖혔다. 잠시 뒤, 그가 선글라스를 벗어 안주머니에 슬며시 밀어넣었다.

"진짜 같지가 않아, 안 그래?" 그가 말했다. "오늘 밤 말이야, 그러니까."

아지라파엘은 끄덕였다. 그는 크로울리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았다. "마치... 마치 우리가 우주의 호주머니에 들어있는 것 같구나. 온갖 일들이 다른 곳에서, 다른 자들한테만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안전한 것처럼 느껴진다, 라고 그는 말하고 싶었다. 너와 나만이 있을 뿐이고 다른 아무도 없으며 6,000년 만에 처음으로 정말, 참으로 안전하게 느껴진다고.

"암만(*요르단의 수도) 기억나?" 크로울리가 불쑥, 그의 생각들을 가로잘라 말했다.

아지라파엘은 그 기억을 맛보며 입술을 핥았다. 바클라바, 데이트, 아라크주酒의 타는 듯한 목넘김. "당연하게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크로울리가 아지라파엘의 손을 슬쩍 거머쥐었다. 그의 손바닥은 따뜻하고 건조했으며, 뼈는 아지라파엘의 부드러운 손가락들 아래 가늘고 허술하게 자리잡았다.

"크로울리," 그가 시작했다. "이제는 다르잖니..."

"항상 달랐어. 지금 다르고 나중에는 또 다르겠지." 그가 고개를 돌려 아지라파엘의 눈을 마주보았고, 그곳에 스쳐있는 의심의 빛에 심장이 아려왔다. 그가 그들의 손가락을 엮어 힘을 주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어, 천사. 그리고 누가 무슨 말이라도 하면, 내가 그 자식 눈을 물어뜯어 버릴테니까."

아지라파엘이 충격받은 웃음을 짧게 터뜨렸다. "크로울리!" 그가 꾸짖었지만, 효과는 있었다 - 그는 다시 미소짓고 있었다. 크로울리가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불사할 사랑스럽고, 소중한 미소를.

"그럴 거고, 넌 날 못 막아. 한 마디만 하면 폭, 하고 포도 알맹이 한 쌍처럼 튀어나올 거라고."

"악랄하구나."

크로울리는 사람좋은 양 그를 향해 이를 드러냈다. 침묵이 그들 사이에 내려앉았는데, 어느 쪽도 채우려 급급하지 않은, 편안하고 친근한 종류의 고요함이었다. 그의 머리를 아직도 가득 메운 술안개 사이로, 아지라파엘은 다시 이렇게 걷는다는 것이 사랑스럽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암만과 코린트를 거닐었을 때처럼 크로울리의 손이 그의 손아귀에 묵직하고, 세상의 어느 누구도 그들을 보지 않았다.

"자넨그런적 이써, 다 그냥... 꺼져버리라구?" 그가 몇 분 후에 말했다.

"누가?"

"전부 다. 위쪽, 아래쪽, 그 사이에 있는 모두 다."

"오오오, 근데 넌 걔네들이 그리울 텐데," 크로울리가 말하며, 아지라파엘의 어깨에 그의 어깨를 밀착했다.

그들은 마침내 아지라파엘의 거리에 도착했고, 서점은 아무도 제 것으로 하지 않은 얼굴과도 같이 어둡고 깜깜했다. 아지라파엘은 미안한 표정으로 크로울리의 손을 놓았다.

"내가 그럴련지조차도 모르겠어, 가끔은. 가끔은, 그들 모두의 가치보다도 골치 아픈 일이 더 많은 것처럼 보일 때도 있더구나."

그들이 가게 문 앞에 다다랐다. 아지라파엘이 열쇠를 찾아 주머니 위를 두들기기 시작해, 크로울리는 문 양쪽으로 세워져 있는 기둥들 중 하나에 기대었다.

"오, 네가 그러면 안 되지, 천사야. 그럼, 어. 레몬 머랭은 어쩌고? 요크셔 푸딩은? 요크셔 푸딩이 없다면 넌 비참할 거야."

"그래, 맞아, 그치만-"

"그것들이 처음 발명됐을 때 네가 얼마나 기뻐 날뛰었는지가 기억난다. 먹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지, 네가 감자 이후로는 최고라고 했잖아. 그러고 보니 또 있네, 봐, 감자까지."

"내가 정말로 뜻한 것은-"

"내 눈을 똑바로 보고, 마지막에 버터 맛 나는 으깬 감자가 담긴 커다란 그릇을 준다고 해도 네가 그 온갖 이러쿵저러쿵 말도 안 되는 치사한 일들을 행복하게 견디지는 않을 거라고 말해 봐."

"크로울리!" 아지라파엘은 반쯤 화를 내며 웃었다. "그런 뜻이 아니야!"

크로울리의 눈이 반짝거렸다. 선글라스 없이 그것들을 보는 것은 드문 즐거움이었고, 그 모습은 아지라파엘을 더욱 활짝 웃게 만들 뿐이었다.

"아냐?" 크로울리가 한껏 순진한 척하며 물었다. "무슨 뜻이었는데, 그럼? 네 상상 속의 그 공허한 세상에서 네가 요리하는 법을 배운다는 건 아니겠지. 요리는 커녕 네가 계란 프라이를 하는 것조차 본 적이 없어."

"달걀을 튀긴 적은 있어, 그거 하나는 알아두렴.[3] 하지만 그런 뜻으로 말한 것도 아니란다. 내 말은... 오, 나도 몰라." 그는 손을 내려다보며 잠시 멈추었다. "모르겠어. 가끔 그렇게 느낀 적은 없니? 뭐냐면 이런 온갖, 이런 일들이 일어나잖아, 전쟁과 대재앙과 분열 같은 여러가지가 말이네. 그리고 그냥, 몰라, 더는 그것들을 마주하지 않고 싶어진다던가."

크로울리는 기둥에 머리 뒤를 기대었다. 그 동작에 중절모가 이마를 가로질러 비뚤어져, 그는 모자를 벗어서 배에 대고 공상했다. 아지라파엘은 크로울리가 숨을 쉬며 그것이 작게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보았다 - 흉내일 뿐이지만, 너무 오래 전에 둘 다 그것을 습득해서 지금은 완전히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가게 문 밖 현관에는 남는 공간이 별로 없었다. 만약 그가 시선을 올렸다면 크로울리의 목에서 맥박이 팔딱이는 것을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는 눈을 들어보지 않았다.

"그럴지도." 크로울리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그 때 그 때 달라. 그 세상에 와인은 있나?"

"그래, 와인은 여전히 있어."

"다크 초콜릿은?"

"음, 있을 거라고 봐."

"그리고 침대는? 제대로 된 침대도 없이 우리가 그렇게 오랜 세월을 보냈다는 게 늘 안 믿어져."

아지라파엘이 부드럽게 쿡쿡 웃었다. "그래, 크로울리, 침대도 그대로 있을 거란다."

"그리고 너는? 만약 우리가 우리가 아니게 되면, 그래도 여전히 나한테 네가 있을까?"

마침내 그들의 눈이 마주쳤다. 아지라파엘의 입술이, 반쯤만 만들어진 그가 알아낼 수 없는 단어들로 실룩였다. 시간은 멈추었다. 크로울리의 표정은 부드럽고, 그 두 눈의 온기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솔직했다.

"자네가 없다면 별로 즐겁지는 않겠지," 그가 말했다.

한동안, 그들은 호박 속에 갇힌 생명체들처럼 함께 얼어붙어 서 있었다. 그들의 숨통을 붙잡은 것은 밤이었다. 그 이상하고, 불가능한, 어떤 일이라도 가능할 것만 같은.

아지라파엘이 천천히 마치 꿈결처럼, 손을 뻗어서 크로울리의 얼굴 옆면을 만졌다. 그리고 이 때, 이 시간에 어떤 것이 부서졌다 - 어떤 자동차가 폭발했거나 여우가 짖었거나 혹은 위에서 번개가 내리쳤거나, 분명히, 무엇인가가. 물론, 그에게는 그 첫 발자국을 내딛는 것도, 혹은 두 번째 발을 내딛는 것도, 아니면 크로울리의 몸에 너무 가까이 붙는 것도, 전부 도저히 허락될 수 없을 것이다...

크로울리의 입은 그의 것 밑에서 부드럽고 따뜻했는데, 그들이 움직이자 그의 입술에 아주 약하게 수염자국이 스쳤다. 처음에는 가벼웠고, 입술이 서로 부드럽게 문질러지고, 숨결에서는 포도주의 맛이 났다. 그러고는 갈망과 그리움의 파도가 그의 안에서 밀려와 부서졌다.

그가 크로울리 쪽으로 그의 몸을 더 바싹 들이밀었고, 크로울리가 그 압박에 스스럼없이 다리를 움직여 아지라파엘이 사이에 들어오도록 공간을 내주는 것을 느끼고 기뻐했다. 서류가방은 땅바닥에 덜거덕 떨어지고, 아지라파엘이 그의 손을 크로울리의 허리에 가져다 놓자 셔츠의 얇은 옷감 사이로 살갗의 굴곡과 열기가 느껴졌다. 크로울리는 목구멍 안쪽에서 무슨 소리를 냈는데, 숨막힌 소리와 신음 소리의 중간 같은 것이었고, 그것이 아지라파엘의 척추를 타내려가며 욕망의 충격파를 보냈다. 그는 그 자신의 입을 벌린 채로, 그들의 이빨은 키스를 더 깊게 하려 급급한 와중에 서투르게 부딪혔다. 크로울리의 손이 모든 곳마다 있었다 - 그의 머리카락 사이에, 등을 쓸어올리고, 필사적인 손가락들은 옆구리에 파고들어 그를 재촉하며, 더 가까이, 좀 더 가깝게, 좀 더.

아지라파엘은 그 감각에 스스로를 잃어버렸다. 그는 둘의 가슴이 한데 맞닿은 곳에서 크로울리의 심장이 마치 폭로라도 하듯 천둥처럼 뛰는 것이 느껴졌고, 그의 손 아래에서 그의 몸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크로울리의 엉덩이가 반사적으로 움찔거려 아지라파엘은 그의 것을 당겨 대고, 크로울리의 셔츠 한쪽을 잡아 빼 사랑스럽게 튀어나온 골반에 손가락을 눌렀다. 그의 다른 한 손은 느리게 크로울리의 몸통에서 밀어올리며, 그의 야위고, 달뜬 분위기를 만끽했다.

그가 막 몸을 빼려고 할 때 크로울리가 급하게 들이밀어, 몸을 일으켜서 그들을 매끄러운 동작으로 돌렸다. 아지라파엘의 등이 가게 문에 쿵 하고 부딪히며, 그의 폐에 조금 남아있던 나머지 숨조차도 치워 버렸다. 크로울리는 웃고서, 아지라파엘의 얼굴을 두 손에 모아 잡고 그의 귀와 목에 입맞추며, 한 손으로 나비넥타이를 풀고 목 칼라를 느슨하게 해 그 아래의 부드러운 살갗에 닿았다.

"괜찮아?" 그가 입맞춤 사이사이로 말했다.

아지라파엘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두 손은 크로울리의 머리칼에 덥혀지고 있었다. 크로울리가 다시 웃자, 아지라파엘의 살갗에 입김이 불어졌다. 그가 아지라파엘의 입에 다시 키스하려고 몸을 움직였는데, 스스로가 그런 단어들을 떠올리고 있다는 것조차 거의 믿지 못했다. '아지라파엘의 입에 키스한다' 라는, 음절 하나하나가 터무니없고, 황홀한 계시였다.

그는 아지라파엘의 몸 아래로 손을 끌어내려, 조끼의 단추를 하나 하나 열어젖히고 안으로 손을 미끄러뜨렸다. 아지라파엘의 몸은 부드럽고 따뜻하며 폭신한, 자신이 상상했던 것과 똑같은 느낌이었다. 그가 손가락으로 아지라파엘의 옆구리를 파고들어 그가 흠칫하며 새된 소리를 내게 했다. 크로울리가 웃고 있는 동안, 아지라파엘이 크로울리의 아랫입술을 이빨 사이로 깨물었는데, 갑작스럽게 치솟은 아픔에 크로울리가 쾌락으로 쉿 하는 소리를 냈다.

"천사.... 우리 스으-슬슬 위층으로 올라가서..."

그가 아지라파엘의 골반에 그의 것을 밀어붙였다 - 그리고 아지라파엘이 긴장한 것을 알아챘다. 그의 뱃속이 철렁했다.

"미안." 그가 중얼거렸다. "미안해, 이러려던 건-"

"크로울리..."

"제발, 천사야, 아니-"

"우리 이러면 안 돼-"

"우리 이래도 당연히 돼." 패닉이 그를 덮쳐 와, 그는 아지라파엘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짓누르며 갑자기 그의 목구멍에 자리잡은 고통스럽게 조여오는 감각을 애써 무시하려 했다. "내 말은,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 우린 네가 원하는 걸 하면 돼, 네가 원하는 대로 뭐든지 할게, 그렇지만 제발, 천사-"

아지라파엘은 그에 대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몸이 본능적으로 크로울리의 손길을 향했다. "원해, 내가 원한다는 것은 자네도 알 거야, 하지만-"

크로울리는 과격하고 필사적인 키스로 그의 말을 끊었다. 아지라파엘도 그에게 키스를 되돌려 주었지만, 너무, 너무나도 지나치게 급히 떨어졌다.

"멈춰, 크로울리, 잠깐만," 그가 헐떡였다.

크로울리는 정지했는데, 아지라파엘의 재킷에 주먹을 불끈 쥔 채였다. 그는 아직 감히 그의 눈을 쳐다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아지라파엘의 어깨에 머리를 얹고 진정했다. 숨을 돌리는 동안 그들의 신체가 같이 오르내렸다. 아지라파엘이 먼저 말했다.

"미안해." 그가 속삭였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안 돼. 우리는 할 수 없어."

크로울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 "왜 안돼?" 그의 음성은 작고 절망적이었고, 그 소리가 아지라파엘을 화나게 했다. "왜 안 되냐고?" 그가 다그쳤다. "이미 망쳤잖아. 우린 이미 도면에서 벗어났어, 천사야. 그들이 우리에게 허락할 경계선은 이미 너무 많이 지나왔다고. 더 멀리 간다고 뭐가 달라져?" 빈정대는 미소가 그의 얼굴에 스르르 번지며, 여전히 실낱같이 매달려 있던 기대감에 불쾌하게 섞여들었다. "칼을 뽑았으면..."

"나를 유혹하지 말아, 크로울리."

"유혹하는 게 아니야." 농담같은 것은 지금 그에게 남아있지 않았다. "난 부탁하는 거야... 그..."

너무 과했다. 그 희망, 그의 얼굴에 떠오른 필사적인 다정함 - 아지라파엘은 자신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는 것을 느꼈다.

"미안하구나," 라고 그는 말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크로울리, 할 수 없어..."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크로울리는 자포자기한, 고통스러운 포옹으로 그를 바싹 끌어당겨, 그의 품으로 녹아들었다.

"됐어," 그가 거짓말을 했다. "괜찮아. 나도 미안해. 괜찮아."

아지라파엘의 뺨 위로 눈물이 쏟아졌고 크로울리는 부드럽고 담백하게 입맞춰 그것을 닦았다.

"괜찮아, 달링, 안아줄게. 쉬이, 내가 안아줄테니까."

그는 아지라파엘을 길게, 오랫동안 붙들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숨을 쉬는 법을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마침내 그가 몸을 뗴었다. 아지라파엘은 옷소매로 볼을 닦았다. 비참하고 부끄러웠다.

"크로울리-" 그가 입을 떼었지만, 크로울리가 가로막았다.

"제발 그러지 마. 그냥... 그냥 하지 마."

그는 어디를 보아야 할지 아니면 손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잠시동안 서 있었다. 그러다 자신의 중절모가 발 근처 바닥 위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집어 들고, 탄식과 함께 다시 썼다. 그는 깊고, 떨리는 숨을 몰아쉬고 나서, 마지막 용기를 내어 억지로 아지라파엘과 눈길을 마주쳤다.

"나는 아무데도 안 가," 그는 그가 느끼는 것보다도 더 단호하게 말했다. "들었어? 네가 줄 수 있는 거면 뭐든지, 난 받을거야."

"크로울리, 그건 아니..."

"뭐가 아냐, 공평하지 않다고?" 그가 내뱉었다. "이건 아무것도 공평하지 않아! 그러니 공평함 따윈 개나 주고, 사리분별도 옳은 일도 적절한 일도 전부 개나 주라고 - 난 상관 안 해!"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고 아지라파엘이 아주 조금 뒤로 물러나자 심장이 거의 망가져 버릴 뻔 했다. 그는 그것을 무시했다.

"난 아무데도 안 가, 천사."

그는 그에게 어차피 다른 갈 곳이 없다고 속삭이는 스스로의 일부분도 무시했다.

그리고는, 아지라파엘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가 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다시 얼굴 위에 썼다. 곧장 세계가 동떨어지고 추상적인 색채를 띠었다. 그는 몸을 앞으로 내밀어 아지라파엘의 볼에 입맞추었다.

"조만간 얘기하자. 아마 내일은 아니겠지만." 그가 인정했다. "하지만 곧, 알았지?"

아지라파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크로울리가 떠나려고 몸을 돌렸는데, 아지라파엘이 그를 다시 불렀다. 아지라파엘의 입이 열렸다 닫혔으나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우스꽝스러운 모양새로,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뻗쳤고, 칼라 깃은 한쪽으로 치우쳐 열려 있었다. 크로울리는 빙긋 웃었는데, 형편없는 작은 미소가 나타나자마자 사라져 버렸다.

"잘 자, 천사님."

아지라파엘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잘 자렴," 그는 간신히 끄집어냈다.

크로울리는 몸을 돌려, 그들이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갔다. 첫번째 모퉁이를 돌고 나서야 그가 울기 시작한 것은 자존심의 문제였다.

#

그가 벤틀리로 돌아왔을 때는 여명 무렵이었다. 에디 이모의 동네는 전날 밤보다도 훨씬 더 부스스해 보였다. 벌써 그 저녁의 사건들은 희미해지고 있었고, 마치 그것들이 완전히 다른 누군가에게 일어났던 것처럼 딱지들로 덮여 갔다.

그는 단 하나의 목적으로 차를 몰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덜 걸려서, 그가 교회가 있었던 곳에 이르렀을 때에도 하늘은 간신히 푸른빛의 전조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것을 보자마자, 분노가 그를 휘저었다. 그는 차 문을 쾅 닫고 잔해와 깨진 유리 더미들 위로 스스로를 끌어올렸다. 그의 모든 비탄과 슬픔은 순수한, 거리낌없는 격노로 응결되었다. 무더기 정상에 다다랐을 때, 그는 비명을 질렀다.

"젠장! 제기랄, 이 무정하고 악랄한 년아!"

그는 여느 평범한 사람의 발이었다면 부서졌을 힘으로 벽돌 무더기를 걷어찼다. 대신 벽돌들이 산산조각이 나서 다른 잔해들과 만족스럽게 충돌하며 날아갔다.

"놈들이 널 끝장냈으면 좋겠어!" 그가 소리치며, 겉잡을 수 없이 그의 말들을 휘둘렀다. "그들이 모든 교회와, 사원과, 멍청하고, 의미없고, 엉망진창인 성지들을 죄다 휩쓸어 버렸으면 좋겠어. 네 이름이 한 번이라도 담긴 책들도 전부 태웠으면 좋겠어. 너에 대한 생각 그 자체를 머릿속에서 폭탄으로 날려버리고 그 자리엔 아무것도, 아무것도 갖다놓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가 불타버렸으면 좋겠어!"

눈물이 그의 얼굴에 흘러내렸고, 고통스러울 정도로 뜨거웠다. 그는 소매 뒷자락으로 그것들을 닦아 없앴다. 그는 털썩 주저앉아, 팽팽하고 뜨거운 불행의 공처럼 허리를 굽혀 웅크렸다.

그는 얼마나 오랫동안 그곳에 머물렀는지 잊었고, 소매는 눈물로 젖어들었다. 서서히 격노가 흩어지기 시작했는데, 꺼져가면서 그를 텅 비고 기진맥진한 채로 남겨두었다. 화는 여전히 거기에 있었다 - 표면 아래에서 끓으며, 언제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길은 그에게서 빠져나갔다. 그가 숨을 쉬었고, 또 한 번, 그리고 세 번 그렇게 했다. 집에 갈 시간이다.

차를 향해 내려가는 길에, 그의 눈에 잔해더미에서 튀어나온 뭔가가 잡혔다. 그가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는 데에 반 초가 걸렸다.

그것을 차에서 다시 빼내는 것보다는 싣는 것이 더 쉬웠다. 좀 전 폭격 현장에서는 그의 격한 분출의 잔존 에너지로 움직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파트 빌딩에 도착했을 즈음, 그에게는 저 먼 아래로 그리고 멀리 과거로 뻗은 우물과도 같은 피로감 외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손가락을 딱 맞부딫혀 그 물체를 자신보다 먼저 올려보내고, 리프트 안으로 고꾸라졌다.

플랫 안에서 그것은 더 커 보였는데, 날개를 펼친 독수리가 앞에 자리한 거대하고 어두운 낭독대였다. 그것은 특별히 성스러운 물건은 아니었다 - 만지더라도 겨우 손가락이 얼얼한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뿌리째 뽑혀, 제자리에서 도둑맞은 꼴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그것을 간직하기로 결정내렸다. 쓰라린 트로피 같은 것으로 말이다. 그것은 잠깐동안이라도, 세상이 멈춰버렸던 그 불가능하고 절망적인 밤을 그에게 상기시켜 줄 것이다. 그것은 아지라파엘에게 그가 했던 약속도 상기시켜 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 딱 한 번만이라도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던 신에 대한, 살을 에는 정당한 분노를 그에게 상기시켜 줄 것이다.

그는 재킷을 그것 위에다 걸쳐 놓고 발을 구르며 복도를 걸어갔다. 한 일주일 정도, 잠을 자야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깨어났을 때, 세상은 조금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야 할 것이다.



주석:
[1] 사실, 아지라파엘은 지난 6,000년 동안 상당한 숫자의 회원제 클럽과 비밀 사회의 일원이었다. 악마들만 이런 극적인 일들에 재간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2] 그는 다음날 아침에 지점토로 된 당나귀 머리를 쓴 채로 깼는데, 그것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걸치고 있지 않았다. 윌은 그 광경에 상당히 감명받은 듯 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한 여름밤의 꿈>)
[3] 4,896년 전에 딱 한 번. 결과는 좋지 않았다.




@_ket2 @alubendra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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